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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신뢰하는판심

admin 2024.08.22 13:27 조회 수 :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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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녕하십니까. 서이초 유족 대리를 맡고 있는 판심 법무법인 문유진 대표변호사입니다.
 

2. 작년 2023년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십니까? 작년 한해가 마무리될 때쯤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피디님께서 저에게 연락이 오셨습니다.

2023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방송을 기획하고 있는데, ‘2023년 하면, 무엇이 가장 의미깊은 사건이고 우리 사회에 울림을 주는 사건일까.’ 고민하시다가

“교권보호”를 떠올리고 저를 찾아오셨다고 합니다. 

 

작년 6월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담임선생님을 학급 아이들이 모두 보는 자리에서 30여차례에 걸쳐 무차별 폭행한

양천구 신강초등학교 폭행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이 남학생은 60키로그램 가량으로 성장한 남학생이었고, 선생님은 30대 초입의 여자선생님이었습니다.

이 사건 또한 제가 변호인으로 담당했었는데, 첫 우리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온 폭행 직후 선생님의 모습은 정말 처참했습니다.

입술이 찢기고 입 안쪽 볼살에 피딱지가 3cm 가량 길게 앉아 있었으며, 가슴 앞쪽 손바닥만한 면적의 멍을 비롯하여 전신의 멍이 들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담임선생님이 동일한 학교에서 동일한 학생으로부터 같은 해 3월 이미 폭행을 당한 적이 있음에도, 학교의 미온적 대처로

또다시 6월 폭행이 가해진 것입니다. 더 심한 수위로 말입니다. 

 

과연 선생님이 당한 육체적 폭행은 선생님 개인의 문제일까요? 우리 사회의 시스템적인 문제일까요?

 

그리고 나서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다음달 7월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앞선 신강초등학교 폭행사건은 가시적인 육체적 폭행이었다는 것에 반하여,

이번 서이초등학교 폭행사건은 “정신적” 폭행이 지속적,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5달동안 학급 아이들, 학부모들에게 시달리던 24살의 여선생님에게 연필사건으로 가해진 학부모 민원 처리에 대한 부담감은,

우리 누구나 “나 정말 더 이상은 못 하겠다”라는 생각을 들게 할 만큼 충분한 트리거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3. 서이초 선생님은 23살의 나이에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한 후 서이초등학교에 처음 부임하여 2022년 1학년 첫 담임을 맡았고,

다음 해인 2023년에도 연속 1학년 담임을 맡아 업무를 수행하던 중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선생님은 2022년 첫 1학년 담임을 마치며 “앞으로 교직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좋은 아이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천운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열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감사하다”는 기록은 남긴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23년에는 이와 완전히 상황이 달라집니다.

선생님은 첫 3월부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합니다. 특정 문제학생 몇 명이 수업시간에 몇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울거나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마구 던지는 등의 행동으로 수업진행에 상당한 차질을 겪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선생님은 2023. 3.부터 7.까지 5달 동안에 학교에 공식적으로 8차례에 걸쳐 학급 지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는 선생님이 2022년 1년 동안 단 2차례, 그것도 문제학생의 지도에 따른 어려움 호소가 아닌, 일반적인 지도내용을 구하는 것과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4. 우리 사회에서의 교사, 특히 초등교사는 30명의 학생만 지도하는 것이 아닌 것이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한 명의 가해학생을 지도하기 위하여는 가해학생의 학부모 2명에게 지도가 필요함을 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피해학생의 학부모 2명으로부터 선생님은 민원을 받게 됩니다.

결국 선생님이 맡은 학생이 30명일지라도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그 30명 학생의 학부모 60명을 포함한 90명에 이른다’는 교육현장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5. 우리 대한민국은 OECD 중 자살률이 1위이고, 2위와도 압도적 격차가 있습니다.

자살은 한 가지 원인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합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사망하였다고 하여 한 가지 원인만이 작용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성격적 요인 그 수많은 인자가 작용하는 것이 자살이라는 것이라는 대한 사회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만일 선생님의 자살을 개인적 원인만에 의한 사망으로 보는 것은 그 죽음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에 어떻게 사회적 책임이 없겠습니까.

개인적 이유로만 사망한 사람은 자신의 사망을 누군가에게 절대 알리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선생님은 연필사건이 일어난 직후 자신이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실에서 즉 공적인 장소에서 사망하였습니다.

사망장소는 자살의 원인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사망을 개인적 원인으로만 돌려버린다면, 우리 사회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고, 우리 교육현장 역시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6. 유족·동료교사들의 노력과 국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마침내 인사혁신처는 2024. 2. 27. 오늘 서이초 선생님 유족이 청구한 순직 유족 급여 청구가

승인되었음을 알림으로써, 서이초 선생님의 순직을 인정하였습니다. 

 

결국, 서이초 선생님에 대한 순직 인정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교육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고

“24살의 꽃다운 나이의 죽음에 대한 “우리 어른들이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이로써 “선생님 사망의 책임이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있다는 인정”한 것이며,

마침내 문제교육환경의 변화를 끌어낸 “교권보호의 변곡점”이 되어 역사에 길이 남게 될 것입니다. 

 

7. 기나긴 시간 동안 끝까지 관심과 격려, 응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8. 다만, 저희는 오늘 서이초 순직 인정 결과에 안주해서만은 안됩니다.

지금도 교육현장에서 정신적·육체적 폭행 사건은 발생하고 있으며 언제든 서이초 사건과 유사한 일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시는 서이초 사건과 같은 똑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제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갈 차례입니다. 

9. 대한민국의 교육현장에서 온전한 교권 회복이 이루어질 때까지 저, 판심의 문유진은 멈추지 않고 헌신하겠습니다.​​